수종사 주지 금해 동산 스님이 말하는 찻집 '삼정헌' [2002년 동아일보 / 여행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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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-07-25 10:29 조회9회 댓글0건관련링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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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멋지지요. 동방가람중 제일의 경치라는 서거정 어른 말씀이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.”
삼정헌(三鼎軒)에 들어서며 수종사 주지 동산(東山)스님은 통유리창 밖으로 눈꽃 활짝 핀 설경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. 스님이 찻상앞에 앉자 팽주(烹主·차를 다려 따라주는 사람)보살이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병을 내왔다.
“혹시 적자운영 아니세요.”
‘무료’라고 쓴 안내팻말을 보며 걱정이 돼 물었다. “무료라고는 해도 알만한 분들은 시주함에 얼마간씩 넣고 가지요. 덕분에 그럭저럭 운영됩니다.”
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. 다실 출입이 처음인 사람은 대부분은 그냥 간단다. “녹차가격을 잘 모르시니까요. 나중에 알고 난 뒤 수종사 떠올리며 감사한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.”
삼척산 육송을 베어 전통양식으로 지은 전망좋은 찻집 삼정헌. 산비탈에 지어 한 뼘 땅도 소홀히 할 수 마당에 당우 대신 찻집을 둔 이유가 궁금했다.
“절에서 학교를 다닌 저는 늘 절집아이라고 불렸지요. 하루는 노스님께 물었습니다. 절이 뭐냐구요. 노스님 말씀이 ‘쉰다’는 뜻이랬지요. 머리 큰 다음에 이 말을 되새겼습니다. 정말로 절은 중생의 쉼터여야 하지 않겠나고요. 산속 옹달샘 같은. 그래서 누구든 수종사에 오면 경치 감상하며 쉬어가라고 만들게 됐지요.”
2년전 문을 연 삼정헌은 명소가 된지 오래. 나무찻상에는 다기와 차가 언제든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. 처음 오는 손님에게는 차 다리고 마시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준다. 절집에서 밥공양에 설거지가 포함하듯 차공양도 마찬가지. 사용한 다기는 반드시 씻어 두고 가자.
수종사(남양주)〓조성하기자summer@donga.com